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해질 무렵어느 날("시인 이 해 인 수녀님의 시집" 에서)

海輪 : 大 鏡 2011. 10. 14. 23:34

 

 

 

 

해질 무렵어느 날

 

 

꽃 지고 난 뒤

바람 속에 홀로 서서

씨를 키우고

씨를 날리는 꽃나무의 빈집

 

쓸쓸해도 자유로운

그 고요한 웃음으로

평화로운 빈 손으로

 

나도 모든 이에게

살뜰한 정 나누어주고

그 열매 익기 전에

떠날 수 있을까.

 

만남보다

빨리 오는 이별 앞에

삶은 가끔 눈물 겨워도

아름다웠다고 고백하는

해질 무렵 어느 날

 

애틋하게 물드는

내 가슴의 노을빛 빈집.

 

 

 

글 : "시인 이 해 인 수녀님의 시집" 에서

 

사진 : 해륜(海輪) " 고향집 정원" 에서(2011.10.8.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