이쁜 글 모음/이쁜 글들

병상 일기 1

海輪 : 大 鏡 2011. 11. 12. 21:36

 

 

병상 일기 1

 

아플땐 누구라도

외로운 섬이 되지

 

하루 종일 누워 지내면

문득 그리워지는

일상의 바쁜 걸음

무작정 부럽기만 한

이웃의 웃음소리

 

가벼운 위로의 말은

가벼운 수초처럼 뜰 뿐

마음 깊이 뿌리내리진 못 해도

그래도 듣고 싶어지네

 

남들 보기엔

별것 아닌 아픔이어도

삶보다는 죽음을

더 가까이 느껴보며

혼자 누워 있는 외딴 섬

 

무너지진 말아야지

아픔이 주는 쓸쓸함을

홀로 견디며 노래할 수 있을 때

나는 처음으로

삶을 껴안는 너그러움과

겸허한 사랑을 배우리

 

 

글 : "이해인 수녀님 시집" 에서

 

사진 : 해 륜(海 輪) ; "무의도 호룡곡산 산행"에서(2011.10.30.)